빈사의 백조 (협연: 발레리나 김주원)
하얀 튀튀를 입은 발레리나의 모습은 언제나 우아한 백조를 떠올리게 합니다.
그래서 발레 작품들 중에도 백조를 소재로 하여 만든 아름다운 작품들이 있지요.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백조의 호수>와 같은 작품도 백조를 다룬 발레로 유명하지만 바로 이 작품 <빈사의 백조>는 슬프고 마음 아픈, 하지만 그래서 더욱 아름다운 한 마리 백조를 관객들에게 보여줍니다.
● 공연 총 시간 2분의 위대한 명작
<빈사의 백조>의 공연시간은 단 2분입니다.
아니 어떻게 2분 만에 발레를 공연할 수가 있느냐구요?
하지만 <빈사의 백조>에서의 2분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슬픈 2분을 가장 극적으로 무대에서 보여준답니다.
사실 <빈사의 백조>의 줄거리는 아주 단순합니다.
제목 그대로 빈사 상태에 있는 한 마리 백조의 마지막 몸짓이전부이지요.
빈사란, 거의 다 죽어가는 지경을 나타내는 말이랍니다.
무대에 올라온 한 마리 백조는 어떻게 해서든 살아보려고 날개짓을 해봅니다.
하지만 이 죽어가는 백조는 날아오르지 못하고 자꾸만 쓰러지고 넘어집니다.
<빈사의 백조>에서는 이 백조가 왜 죽어가고 있는지, 어째서 이렇게 다친 것인지 말해주지 않습니다.
다만 관객들은 한 마리 백조가 결국 마지막에 숨을 거두기까지의 안쓰럽고 처절한 몸짓을 가만히 지켜보는 것뿐이지요.
하지만 관객들은 <빈사의 백조>를 보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과 절망을 느낍니다.
날아오를 듯 날아오를 듯 백조 역을 맡은 발레리나는 처절하게 손을 떨지만, 결국 백조는 외롭게 숨을 거두니까요.
그러나 관객들이 <빈사의 백조>를 보면서 한없는 슬픔만을 느끼는 것은 아니랍니다.
2분의 명작 <빈사의 백조>를 본 관객들은 한결같이 <빈사의 백조>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면서 한 가지 배운 것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것은 무엇일까요?
● 백조를 보며 느끼는 살아있다는 것의 소중함
<빈사의 백조>에는 놀랍게도 단 한 개의 스텝만이 사용됩니다.
바로 짧은 시간에 무대를 미끄러지듯이 이동하는 부레(bourre)라는 스텝이지요.
이 스텝을 통해서 발레리나는 호수를 미끄러지듯 헤엄치는 백조의 모습과 죽음에 임박해서 더 이상 날아오를 수 없는 긴박한 절망감을 표현해낼 수 있는 것입니다.
<빈사의 백조>에서 발레리나의 손과 팔은 더 이상 손과 팔이 아닙니다.
무대에서 발레리나의 팔은 날개가 되고 손은 날개깃이 됩니다.
살기 위해 마지막까지 날갯짓을 하는 백조의 움직임은 발레리나의 여린 손짓과 몸짓으로 더 생생하게 보여 집니다.
이때 관객들은 아주 소중하고 중요한 것 하나를 느낍니다.
바로 삶의 소중함이지요.
살기 위해 애쓰는 백조들의 몸짓, 그 안타깝고 슬픈 몸짓을 보면서 관객들은 반대로 살아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인지 느끼는 것이지요.
2분짜리 짧은 발레작품-<빈사의 백조>가 오늘날까지도 사람들에게 이토록 명작 중의 명작으로 꼽히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요?
●<빈사의 백조>와 안나 파블로바
<빈사의 백조>의 또 하나의 특징은 어느 발레리나와 뗄 레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입니다.
<빈사의 백조>의 안무가 미하일 포킨은 생상스의 유명한 클래식곡 ‘동물의 사육제’ 가운데 ‘백조’를 연습하고 있다가
바로 당대 최고의 발레리나 안나 파블로바를 위해 이 발레작품을 만들었지요.
그리고 안나 파블로바의 애절한 연기는 세계를 감동시켰습니다.
아직까지 안나 파블로바의 <빈사의 백조>를 그대로 연기할 줄 아는 사람은 없다고들 말합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많은 발레리나들이 자신만의 <빈사의 백조>를 만들어나갔습니다.
안나 파블로바의 백조가 애절한 백조였다면, 갈리나 울라노바는 이후 품위있는 백조를, 마야 플리세츠카야는 생명력 있는 백조를 연기했습니다.
요즈음까지도 세계 속의 발레리나들은 자신만의 백조를 만들어내기 위해 <빈사의 백조>의 연기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또 어떤 백조가 탄생하여 관객들의 마음을 흔들어놓게 될까요?
<빈사의 백조>는 오늘날에도 단 2분만으로 관객들에게 최고의 감동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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