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발을 가진 발레리나?
여러분은 혹시 우리나라에게 가장 아름다운 몸과 가장 못생긴 발을 동시에 갖고 있는 사람을 알고 있나요?
아니, 몸은 아름다운데 발은 또 가장 못 생겼다니, 혹시 인어공주처럼 무슨 슬픈 사연을 간직한 동화 속의 인물이냐구요?
아닙니다.
천사와 같은 몸짓으로 전 세계인들에게 감동을 주는 발레리나 강수진. 바로 강수진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못생긴 발을 가졌다고 한다면 여러분은 믿겨지나요?
사람들은 분홍빛 토슈즈 안에 감춰진 발레리나 강수진의 발을 보면 모두 깜짝 놀란다고 합니다.
강수진의 발에는 여기저기 혹이 나고 발톱이 갈라지고 피멍이 들고 곪아. 있기 때문이지요.
그 발의 상처들은 강수진이 한국의 어린 발레 지망생에서 세계 최고의 프리마돈나(최고무용수)가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는지를 보여줍니다.
● 발레와의 첫만남
지금은 세계 5대 발레단 중 하나인 독일의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프리마돈나이지만 강수진 역시 발레를 하는 어린 학생이던 때가 있었습니다.
원래 어린 수진은 리틀엔젤스 단원으로 한국무용을 전공하고 있었답니다.
그러다가 한국무용으로 선화예술중학교에 들어갔지만, 학교에서 수진은 발레반에 들어가면서 발레와 첫만남을 갖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수진이 발레에 열심이었던 건 아니랍니다.
처음에 수진은 발레 수업이 지루하기만 했습니다. 몸도 더 힘들고 지루하기만 한 발레수업에 수진은 도저히 집중할 수가 없었지요.
그래서 발레 수업을 하시는 선생님을 도망 다니거나 수업시간에 졸기가 일쑤였답니다.
지금은 세계 최고의 발레리나이지만 수진 역시 어릴 때부터 발레의 천재였던 것은 아니었던 거지요.
이런 수진을 발레의 길로 인도하게 된 것은 선화예중에 새 발레 선생님이 오신 다음부터였습니다.
수진은 친절하고 아름다운 새 선생님이 무대에서 발레를 하시는 모습을 보고는 크게 감명을 받았습니다.
수진의 맘속엔 새 선생님께 잘 보여야겠다는 생각과 더불어 선생님처럼 아름다운 모습으로 발레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싹텄습니다.
그때부터 수진은 발레 연습을 하느라 하루를 다 보내곤 했습니다.
조금이라도 아름다운 동작을 만들기 위해서 수진은 고민하고 또 고민했습니다.
온종일 발레에만 푹 빠져 있다보니 수진은 밥 먹는 것, 잠자는 것까지 잊어버릴 지경이었지요.
이러는 동안 수진의 발레 실력은 쑥쑥 늘어나고 있었습니다.
● 모나코에서의 힘겨운 유학생활을 견디고...연습, 또 연습
그러던 어느 날 수진이 다니던 선화예술중학교에 조그만 사건이 있었습니다.
수진이 중학교 3학년이던 때 모나코라는 나라의 왕립 발레학교 교장선생님이 선화예술중학교를 방문한 것이지요.
먼 모나코에서 왕립 발레학교 교장선생님이 한국에까지 온 것은 발레 유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수진은 누구보다도 돋보이는 실력으로 모나코 왕립 발레학교의 교장선생님의 눈에 띄었습니다.
그리고 수진은 드디어 발레의 본고장 모나코로 발레 유학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모나코에서의 생활은 쉽지 않았습니다.
부모님도 계시지 않고, 말도 통하지 않는 모나코에서 꿋꿋하게 발레 공부를 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수진은 포기하지 않고 세계적인 발레리나가 되기 위해 연습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다른 친구들이 잠들면 수진은 혼자 연습실로 돌아가 어두운 연습실에서 밤새 발레연습을 했습니다.
● 드디어 프리마돈나로 무대에 선 연습벌레
수진이 견뎌낸 연습의 결과는 깜짝 놀랄 만한 것이었습니다.
1985년 세계적으로 유명한 발레 콩쿨인 스위스 로잔 발레 콩쿨에서 수진은 동양인으로서는 최초로 1위로 입상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발레는 서양의 무용인만큼 동양인들은 발레를 잘 할 수 없다는 사람들의 생각을 완벽하게 깨뜨린 사건이었지요.
하지만 검은 머리의 발레리나- 강수진은 또다시 금발의 서양인들을 놀라게 합니다.
세계적인 발레단인 독일의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 강수진은 스물 한 살의 나이에 당당하게 들어가게 되었던 것입니다.
수진은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역사상 최연소 발레리나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7년 동안 수진은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서 아주 작은 배역만을 맡아야 했습니다.
유럽 최고의 발레리나들이 모여 있다는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서 한국인인 수진의 설 자리는 없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수진은 그럴 때도 묵묵히 연습만 할 뿐이었습니다.
수많은 토슈즈가 부러지고 해어졌습니다. 수진의 발에는 염증이 생기고 혹이 생기고 상처가 났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수진은 새 토슈즈를 들고 연습실로 들어갔습니다.
수진은 오직 연습만이 모든 걸 말해준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연습 끝에 드디어 수진이 1993년 로미오와 줄리엣의 프리마돈나로 무대에 섰을 때, 사람들은 수진에게 아낌없는 박수와 찬사를 보내주었습니다.
● 세계 속의 강수진
강수진은 지금도 한국인 발레리나로서 세계 발레의 역사를 끊임없이 다시 쓰고 있습니다.
각종 발레 단체는 강수진을 세계 최고의 발레리나로 손꼽는데 조금도 망설이지 않습니다.
심지어 독일에서는 '강수진 거리'까지 만들어 강수진을 응원하고 사랑하고 있지요.
하지만 강수진이 이렇게 세계 최고의 발레리나가 되기까지는 언제나 묵묵히 연습, 또 연습만을 했던 강수진의 뒷모습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강수진이 신다가 낡아버린 토슈즈만 해도 수천 켤레가 된다고 하니 정말 놀라운 일이지요.
그 버려진 수천 켤레의 토슈즈 속에서 강수진의 발은 계속해서 곪고 상처를 입었습니다.
마치 도깨비 방망이처럼 여기저기 혹투성이가 되어버린 발이지만, 강수진은 오늘도 그 발에 토슈즈의 끈을 묶습니다.
어쩌면 그 토슈즈 안에 감춰진 강수진의 발은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발이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발이 아닐까요?
그 발이 견뎌낸 아픔과 고통으로 강수진은 지금 세계 최고의 발레리나가 되어 무대에 오르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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