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 김치와 더불어 우리나라의 대표 음식으로 오랜 기간 동안 사랑받아온 음식이다.
해산물은 유통기한이 짧아 내륙 지방에서는 구하기 쉽지 않은 음식이었는데 반해, 김은 해산물이면서도 말려서 오랜시간 보관이 가능하기 때문에 먼리 육지 깊숙한 지역에서도 즐겨먹었던 고마운 음식이기도 했다.
지금은 세계 각지에 우리나라와 일본 교포들이 살고 있어서 해외 많은 나라들에게 보급이 되고 있지만 몇년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만 먹던 음식이었다고 한다.
김의 영양학적 효능이 밝혀져서 지금은 그 가치가 많이 알려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서양 사람들은 김을 '검은 종이'라고 생각하고 꺼린다는 웃지못할 이야기들도 전해진다.
저 또한 몇년전 한국에 와 있던 몽골 친구를 데리고 칼국수 식당에 갔는데, 이 친구가 먹지않고 난감해 해서 물어보니, 국수 위에 뿌려진 김가루들이 풀어진 모습이 시각적으로 비위가 상해 목먹겠다고 해서 다른 메뉴로 바꿔 시켜준 기억이 있다.
(김가루를 고명으로 얹은 칼국수)
좀더 심한 일화는 2차 세계대전 때도 있었다.
2차 세계대전이 독일과 일본의 패망으로 끝이난 후 전범 재판에서, 일본군이 미국 군인 포로들을 학대했다는 증거를 제시하였는데, 그 증거로 내 세운 증거물이 바로 다름 아닌 김이었단다.
일본군이 당시 미군 포로들에게 검은 종이를 강제로 먹였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서로 말도 통하지 않고 적대감 밖에는 없는 전쟁터에서, 그 바삭바삭하고 맛있는 김이 '학대 수단'으로 둔갑한 우스우면서도 서글픈 에피소드이다.
또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일인데, KAL기 폭파범 김현희가 한국으로 송환되어 당국의 조사를 받을때 일어난 일화다.
당시 김현희는 자신이 북한 출신인 것을 부인하고, 중국인 행세를 했는데, 그래서 조사 중 구운 김이 반찬으로 나오자, 김현희는 그게 뭔지 모르는 척 하면서 일부러 이것이 뭐냐고 물었다고 한다.
거꾸로 조사를 하는 입장에서는 김을 안다는 것은 남북한을 막론하고, 그가 한국인임을 증명하는 하나의 증거가 되기도 했다.
이렇듯 한국인임을 증명해주는 증거가 되기도 하는 김을 우리나라에서는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을까?
김 양식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전해오지만, 그중 가장 설득력 있는 문헌상의 기록으로는, '동국여지승람'이라는 지리서에 나오는 기록으로서 400여 년 전 전남 광양군의 김씨 성을 가진 사람이 시초였다고 한다.
지금은 광양군이 광양시로 바뀌었는데 아직도 이곳이 우리나라 최초의 김 양식지임을 알리는 유래비가 서 있다.
광양 지역은 양분이 풍부한 담수가 흐르고, 좋은 갯벌이 많아 예로부터 각종 수산물 양식지의 최적으로 꼽히는 황금어장이었는데 1640년 광양 사람 '김여익'이라는 사람이 우리나라 최초로 김 양식을 시작했다 한다.
김여익이 대나무와 밤나무 가지를 이용하여 처음 양식한 김이 400여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우리의 밥상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한 것은 김의 유래가 된 그 광양만은 1980년대초 광양제철공장이 그 자리에 들어서는 바람에 지금은 아주 소규모로 남아 있을 뿐 유명무실해 지고 말았다.
이렇게 시작된 광양의 김은, 그 맛에 대한 소문이 퍼져나갔고, 급기야 임금님의 수라상에까지 오르게 되었다.
그 김을 먹어본 임금님이 이 음식의 이름이 무엇인지 물어보았지만, 아무도 그 이름을 모르고 있었다.
"광양 땅에 사는 김 씨 성을 가진 사람이 길러낸 음식"이라고만 아뢰자 임금님은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이름이 없다니... 앞으로는 그 사람의 성을 따서 김이라 하라" 하고 분부하여 오늘날까지도 이 음식의 이름이 '김'이라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김으로 만든 국민간식 김밥)
김의 영양학
서양인들이 검은 종이라고 꺼려했다는 이 맛있는 김은 외양은 사각형으로 단순하지만, 이 김에 담겨 있는 영양은 아주 놀라울 정도로 풍부하다.
김은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고, 간기능을 강화시켜준다.
또 김은 신경계의 흥분을 진정시켜주며, 암의 예방과 치료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김은 비타민의 공급원이기도 하며, 무기질이 풍부한 알칼리성 식품이어서, 동맥경화와 고혈압 예방에도 좋다고 한다.
또한 김은 입맛이 없고 입안이 컬컬할 때 먹으면 좋은 식품이기도 하는데, 김에는 식욕을 돋우는 독특한 향기와 맛을 내서, 사람들의 입맛을 돋우어주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좋은 김 고르는 방법
그러면 맛도 좋고 영양상으로도 흠이 가지 않은 좋은 김을 고르는 요령은 없을까?
외양상으로 보면 좋은 김은 빛깔이 검고 윤기가 흐르며, 매끄럽다.
또 표면에는 구멍이 거의 없이 촘촘한 것이 좋은 김이다.
또 김을 구웠을 때 청록색이 살아나는 김이 질이 좋은 김이다.
마른 김은 밀폐된 용기에 잘 보관하면 그 맛과 영양의 질이 떨어지지 않은 상태로 오래도록 보관이 가능한 식품이다.
넓은 바다의 영양을 듬뿍 담고 있는 얇은 김.
오늘은 푸른 남해바다의 향내를 생각하면서 김으로 저녁 식탁을 차려보면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