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인정하는 축구 명장 - 거스 히딩크 감독.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와 함께 이루어냈던 2002 월드컵 4강의 기쁨을 생생하게 기억할 것이다. 또 비단 이것이 우리나라 사람들만의 짝사랑이 아닌 것이, 히딩크 감독 역시도 세계를 누비는 자타공인 축구 명장이 된 지금도, 한국을 공공연하게 '제2의 고향'이라 부를 정도로, 한국과 맺은 인연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당시 개최국이었기에 16강에 대한 기대감은 우리 국민 모두 어느 정도 갖고 있긴 했지만, 그 꿈을 이룬 후에도  '나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는 명언을 남기며 단숨에 한국 축구 대표팀을 세계 4강으로 끌어올렸던 히딩크 감독- 그런데 이렇게 늘 배가 고픈 히딩크 감독의 배를 만족스럽게 채워주는 단 하나의 음식이 있다는 이야기를 아는가?



 히딩크 감독은 자타공인 스파게티 마니아이면서, 또한 대단한 스파게티 미식가이다. 게다가 그 자신만 스파게티를 즐겨 찾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맡고 있는 팀의 선수들에게까지 열성적으로 스파게티를 권할 정도라고.

  그래서 2002 월드컵 당시에는 히딩크 감독이 우리나라 선수들이 밥을 먹었다 하면 늘 김치찌개를 빼놓지 않고 먹는 것을 보고는, 그렇게 맵고 짠 것을 왜 그리도 많이 먹느냐며, 스파게티를 자꾸만 권했다고 한다. 유럽에서야 스파게티가 일상적인 음식이기 때문에 선수들이 히딩크 감독의 제안을 거리낌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겠지만, 우리나라 선수들에게는 아무리 감독이라도 먹는 것까지 제재한다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질 법한 일.

 모름지기 축구에선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감독의 지휘와 지도에 따라야 하는 법이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태극전사들로서는 감독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이라 해서 선수에게까지 그 음식을 강요하는 것은 지나친 간섭이라 느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컴퓨터처럼 선수들의 컨디션 하나하나, 경기의 일분일초까지 세밀하게 계획하고 관리한다는 축구 컴퓨터 히딩크 감독이 태극전사들에게 이렇게까지 스파게티를 먹으라고 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히딩크 감독은 비단 스파게티의 맛만을 좋아한 것이 아니라, 스파게티가 품고 있는 영양분과 에너지를 좋아하여, 스파게티의 영양학적 장점을 모두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가 판단하기에 운동선수들에게 스파게티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경기 파트너가 되어주는 음식이었다.

 실제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스파게티를 '맛있는 간식' 정도로 생각하지만, 스파게티는 운동  선수들처럼 몸을 많이 쓰고 폭발적인 에너지를 내야 하는 사람에게 매우 적절한 음식이다. 스파게티는 경기 중 가장 필요한 에너지를 내는 탄수화물을 많이 함유하고 있으면서도, 운동선수들의 몸을 무겁게 하는 지방질은 매우 적은 저지방 고탄수화물 음식이다. 그러면서도 스파게티는 소화가 아주 잘 된다는 장점이 있다. 스파게티를 만들 때 쓰는 토마토 소스는 잘 익은 붉은 토마토를 사용하는데,  토마토를 익혀 먹으면 장 활동을 원활하게 해주어 소화가 잘 된다고 한다.


 히딩크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감기나 배탈이 잦은 선수를 아주 싫어했다고 전한다. 히딩크가 선수들에게 늘 강조하는 것이 바로 체력인데, 이 체력은 평소의 영양섭취와 건강관리에서 나오는 것인만큼 잔병치레가 많은 선수들은 체력관리가 부실하다고 보았던 것이다.

 그래서 히딩크는 자반고등어나 고추장 비빔밥, 김치찌개 같은 음식을 그 자신이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선수들에게도 별로 권하지 않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일반인들에게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지만, 운동선수들에게 있어 지나치게 맵거나 짠 음식은 위와 장을 자극하여 경기중 순간 체력사용에도 도움이 안 되고, 이런 음식들을 먹고서 급격하게 몸을 움직일 경우 소화활동에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도 많았던 것이다.

 히딩크 감독은 선수들이 경기전 장에 부담을 주거나 소화하기 힘든 음식은 가급적 먹지 않도록 했다.  그는 경기 전 주스만큼은 절대 마시지 못하게 했다. 주스가 위를 깎아서 소화에 좋지 않기 때문이다. 또 튀김처럼 기름기 많은 음식보다는 담백한 해산물을, 또 고기도 되도록 덜 구운 상태(rare)로 먹으라고 했으며, 경기를 앞두고 과자, 초콜릿, 아이스크림도 절대 먹지 못하게 했다. 특히 케이크를 상당히 싫어했는데 크림 때문에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히딩크가 생각하는 운동선수들에게 이상적인 음식은 선수에게 최대의 에너지원이 되어주면서도,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이었다. 그리고 그가 찾아낸 최고의 음식은 스파게티였다.

 음식에 관한 히딩크 감독의 이러한 의견은 팀 내에서도 적극 받아 들여졌다. 그래서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팀의 월드컵 대비 소집기간과 전지훈련 동안에는 거의 매일 점심때마다 스파게티가 꼭 나왔다고 한다. 소집기간의 고된 훈련 기간 동안 스파게티는 선수들에게 장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가장 든든하게 배를 채워주고 힘을 주는 연습파트너가 되어주었다. 이뿐만 아니라 히딩크 감독은 태극전사들이 시합에 나가기 두 시간 전에는 꼭 스파게티를 먹게 하여, 선수들의 스태미너를 축적하고 경기 중 폭발적으로 소모될 칼로리를 미리 보충하였다고 한다.

 히딩크 감독의 스파게티에 대한 강력한 신뢰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훈련할 때와 경기 직전 뿐 아니라, 경기 후에까지도 우리 태극전사들에게 스파게티를 권했다. 경기 후 스파게티를 먹으면 회복이 잘 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유럽의 축구 선수들도 경기 후엔 으레 스파게티를 먹는다고 한다.  


 축구만큼이나 스파게티에 대해서도 모르는 것이 없는 히딩크 감독.

 그의 말대로 스파게티는 피로를 억제하고 강한 스태미너를 유지시켜주는 고급요리이다. 아마도 누구나 한번쯤 괜히 피곤해서 몸에 힘이 없고 나른한 날, 스파게티 한 접시를 비우고 났더니 좀 기분이 나아지고 기운이 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은 적이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파게티의 달콤한 맛이 스트레스를 덜어주고 기분을 좋게 해준 것 같다고 간단히 생각하지만, 이것은 스파게티를 너무 얕보고 하는 판단이 아닐까 싶다.

 스파게티에는 올리브유, 토마토, 포도주, 브로콜리, 마늘 등이 들어가는데, 이 재료들은 모두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 10대 건강식품으로 선정된 바 있다. 이런 세계 최고의 건강식품들이 골고루 녹아들어가 조화를 이루는 음식이 바로 스파게티인 만큼, 스파게티는 그 달콤한 맛의 순간적인 스트레스 제거 효과보다는 그 안에 숨겨진 재료들의 뛰어난 영양학적 효능으로 인해, 우리 몸을 실제적으로 건강하게 보조해줄 수 있는 것이다.


 2002년 월드컵에 이어,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도 자신이 감독한 호주 대표팀을 사상 최초로 16강에 올려놓는 파란을 일으켜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세계적인 명장이 된 히딩크 감독-

 그러고 보니 히딩크 감독과 그가 너무도 좋아하는 스파게티 사이에는 묘하게 닮은 점이 있는 것 같다. 선수들에게 아버지처럼 따뜻한 의지가 되면서도 경기와 훈련에 있어서는 엄청난 카리스마를 발휘한다는 히딩크 감독과, 따뜻하고 달콤하게 우리의 입맛을 달래주면서 우리 몸속에 일단 들어가면 최고의 스태미너와 영양을 공급해주는 스파게티-

 이렇게 '외유내강(外柔內剛)'의 성질을 지녔기에, 히딩크 감독과 스파게티 모두 각각 세계 최고의 감독, 세계 최고의 음식의 영예를 누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최고는 최고를 알아보게 마련이라더니, 히딩크 감독이 스파게티를 좋아하고 선수들에게 끊임없이 영양식으로 권하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


-참고 자료-

조선일보사, 2002  거스 히딩크, 『마이 웨이』, 

쿠키뉴스 2006. 5.10, 「[히딩크 X파일] 감기·배탈 선수는 바로 '아웃'…경기 앞두고 케이크 절대금지」

쿠키뉴스 2006. 5. 12, 「[히딩크 2002 비망록] (2) 승부차기 용병술의 진수 스페인전…히딩크 사단의 의식주」

한국일보 2002. 9. 26 「스파게티가 있는 풍경」

한국일보 2003. 5. 26 「히딩크가 스파게티라면 코엘류는 된장국」

주간한국 2006. 5. 9 「[월드컵 D-30] 음지의 살림꾼들 “선수들이 바늘이면 우린 실이죠”」

한국경제 2002. 6. 21 「8강전 점심은 ‘불고기, 스파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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