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까치꽃 

이해인

 

까치가 놀로 나온

잔디밭 옆에서

가만히 나를 부르는

봄까치꽃

 

하도 작아서

눈에 먼저 띄는 꽃

어디 숨어 있었니?

언제 피었니?

반가워서 큰소리로

내가 말을 건네면

 

어떻게 대답할까

부끄러워

하늘색 얼굴이

더 얇아지는 꽃

 

잊었던 네 이름을 찾아

내가 기뻤던 봄

노래처럼 다시 불러보는

, 봄까치꽃

잊혀져도 변함없이

제자리를 지키며

 

나도 너처럼

그렇게 살면 좋겠네

 

봄과 같은 사람

이해인

 

봄과 같은 사람이란 어떠한 사람일까 생각해 본다.

 

그는 아마도 늘 희망하는 사람, 기뻐하는 사람,

 

따뜻한 사람, 친절한 사람, 명랑한 사람, 온유한 사람,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 고마워할 줄 아는 사람,

창조적인 사람, 긍정적인 사람일 게다.

자신의 처지를 원망하고 불평하기 전에

우선 그 안에 해야할 바를 최선의 성실로 수행하는 사람,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과 용기를 새롭히며 나아가는 사람이다.

 

봄날 아침 식사

이해인

 

냉이국 한 그릇에 봄을 마신다

냉이에 묻은 흙 내음

조개에 묻은 바다 내음

마주 앉은 가족의 웃음도 섞어

모처럼 기쁨의 밥을 말아먹는다

냉이 잎새처럼 들쭉날쭉한 내 마음에도

어느새 새봄의 실뿌리가 하얗게 내리고 있다

 

봄이 되면 땅은

이해인

 

깊숙히 숨겨 둔

온갖 보물

빨리 쏟아 놓고 싶어서

땅은 어쩔 줄 모른다

 

겨우내

잉태했던 씨앗들

어서 빨리 낳아 주고 싶어서

 

온 몸이

가렵고 아픈

어머니 땅

 

봄이 되면 땅은

너무 바빠

마음놓고 앓지도 못한다

너무 기뻐

아픔을 잊어버린다

 

봄 햇살 속으로

이해인

 

긴 겨울이 끝나고 안으로 지쳐 있던 나

봄 햇살 속으로 깊이 깊이 걸어간다

내 마음에도 싹을 틔우고

다시 웃음을 찾으려고 

나도 한 그루 나무가 되어 눈을 감고 

들어가고 또 들어간 끝자리에는 

지금껏 보았지만 비로소 처음 본 

푸른 하늘이 집 한 채로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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