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겨울 시, 눈 오는 날 '눈사람 하나 만들고 싶네'
nikkieselin
2016. 11. 7. 08:30
눈사람 하나 만들고 싶네
- 홍수희
눈사람 하나 만들고 싶네
한 사흘만 녹지 않는
눈사람 하나 만들고 싶네
머리에는 빨간 모자
동네 아이들 다 모으고
녀석들 소란스럽게 떠드는 모양
그저 하얗게 바라보다가
귀가 없어도 다 들어주고
손이 없어도 끌어안아 주고
세상 궂은 소문에는
나무작대기 곧은 입술
굳게 다물었다가
삐뚤빼뚤한 코로
재채기 한 번하면
꽁꽁 언 마음도 녹고 말리니
녹은 만큼 겨울 햇살이 돋아
내 몸이사 녹고지고 녹고지고
네 맘이사 피고지고 피고지고
이 겨울이 다 가기 전
그런 눈사람 하나 만들고 싶네
한 사흘만 녹지 않는
눈사람 하나 만들고 싶네
생각해보면 눈사람만큼 못 생기고 무뚝뚝한 사람도 없는 것 같은데, 해마다 겨울이면 눈사람은 세상 그 누구보다도 인기만점이 되곤 합니다.
이 시구처럼 '귀가 없어도 다 들어주고, 손이 없어도 다 끌어안아 주고, 세상 궂은 소문에는 입 굳게 다물고 있다가 빼뚤빼뚤한 코로 재채기 한 번 하면서 꽁꽁 언 마음도 녹여버리는' 착한 눈사람.
우리의 마음속에도 영원토록 녹지 않는 이런 착한 눈사람 하나 만들어두면 참 좋겠지요?